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치며 자라온 필자에겐, 피아노란 악곡의 스케치부터 완성까지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당연하게도 피아노 라이브러리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필수불가결.
그렇기에 예전부터 다양한 피아노 라이브러리를 옮겨다녔었고, 새 제품이 나오면 항상 사운드를 들어보곤 하였다.
이번에 리뷰할 제품인 'Pianoverse'도 제품 출시 초창기 때부터 눈여겨 본 라이브러리로, 음 하나하나의 디테일이 굉장하다고 느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마침 좋은 타이밍에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Plugin Boutique에게 감사를.
Pianoverse MAX - The only piano instrument
본 제품은 작년인 2023년 9~10월 정도에 출시된 비교적 최신 피아노 라이브러리이다.
이번에 소개할 MAX 번들에선 그랜드 피아노 6대, 업라이트 피아노 2대로 총 8대의 라이브러리가 포함되어 있다.
각 라이브러리가 어떤 제품을 베이스로 했는지는 아래의 '더보기'에 적어두었으니, 관심이 있다면 체크해보길 바란다.
Concert Grand YF3 (Yamaha CFIII)
Royal Upright Y5 (Yamaha U5 Professional Upright)
Black Diamond B280 (Bösendorfer 280 Vienna Concert)
Black Pearl B200 (Bösendorfer 214VC Vienna)
NY Grand S274 (Steinway & Sons New York D-274)
Hamburg Grand S274 (Steinway & Sons Hamburg D-274)
Gran Concerto 278 (Fazioli F278)
Liberty Upright (Koch & Korselt Upright)
우선 라이브러리 용량이 장난아닌데, 가장 작은 용량을 가진 Hamburg Grand S274가 18GB 정도 된다.
자연적으로 엇나간 튠과 조율을 마친 튠으로 2개의 라이브러리 취급 되는 'Liberty Upright'는 무려 75.8GB.
8개의 피아노를 모두 다운로드 한다고 가정했을땐 287.9GB라는 어마어마한 용량이 필요하게 된다.
사람이 직접 노트를 눌러가며 레코딩을 진행한 것이 아닌, 자체 제작한 샘플링 로봇를 사용해 노트를 눌러 레코딩을 했다 하는데, 덕분에 피아노마다 다른 벨로시티의 커브값과 그 특성을 재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Pianoverse 플러그인을 기동하면 맨 처음 보게 될 화면인 프리셋 브라우저.
8개의 라이브러리는 각자 약 25개 정도의 프리셋을 가지고 있다.
순수한 생 톤부터 미리 이펙팅 된 사운드, 여러 모듈레이션들이 적용된 제법 크리에이티브한 것들 까지 바리에이션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참고로 프리셋을 고르기 위해서는 하나의 라이브러리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라이브러리 전체에서 프리셋을 찾아보는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 듯.
프리셋을 로드하게 되면, 메인 화면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은 PIANO 화면이 나온다.
아래에 위치한 MASTER 섹션은, 간략하게 튜닝과 트랜스포스, 룸값과 이펙터 등을 간편히 컨트롤 할 수 있게 해준다.
간단한 벨로시티 커브 설정도 가능하기에, 보다 손 쉽게 본인의 연주 스타일에 맞출 수 있다.
그 밑의 MODEL 섹션에선 릴리즈 및 노이즈들의 볼륨 조절 및 페달링 시 현의 레조넌스, 피아노 뚜껑의 여닫음 정도를 컨트롤 하는 등 피아노 상세한 설정을 만질 수 있다.
상부에 큼지막하게 위치한 피아노 이미지는 현재 입력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PIANO 옆에 위치한 SPACE 화면에선 다양한 30종류의 공간이 준비 되어있다.
스튜디오나 클럽, 홀과 같은 사실적인 공간부터 빙하, 사막, 화성과 같은 추상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공간까지.
무엇보다 종류도 많고 사운드 퀄리티도 훌륭하기에, 다양한 상황에 어울리는 룸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빙하나 사막과 같은 딱 봐도 평범한 소리를 안 낼것 같은 SPACE는, 별도 4개의 컨트롤 노브를 제공해 사운드를 디자인 할 수 있게 해준다.
이어서 각각의 소리들을 믹스할 수 있는 MIX 화면.
각각 피아노 마이크용 채널과 스페이스용 채널로 나누어져 있으며, 이를 마스터 채널 합쳐 내보내는 구조를 가지고있다.
우선 MIC 항목부터. 모든 라이브러리는 서로 다른 2개의 마이킹이 수록되어있으며, 하나를 골라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EQ는 그래픽(API 560)과 파라매트릭(Neve 1081)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 가능하며, COMP는 Modern(modern VCA compressor), Vintage(UREI 1176 FET limiter), British(SSL G-Type Bus Compressor), Vari-Mu(Fairchild 670 limiter)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 가능하다.
EQ와 COMP는 마이크 채널과 스페이스 채널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MASTER 채널에선 이어서 이야기할 EFFECTS의 On/Off와 PIANO 화면의 MASTER 섹션에서도 컨트롤 가능한 별도의 TONE과 COMP 노브, WIDTH 설정을 다룰 수 있다.
FLIP은 말 그대로 현재의 Pan 설정을 뒤집는 버튼이다.
마지막으로 알아볼 EFFECTS 화면에선, MASTER 채널에서 사용되는 이펙터들을 관리할 수 있다.
SEND 1개와 INSERT 2개로 총 3개의 이펙터를 넣을 수 있으며, 컴플렉스한 공간계부터 위상, 디스토션까지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는 12종의 이펙터가 준비되어있다.
그리고 각각 2개씩 사용 가능한 ENV와 LFO를 통해 보다 복잡한 사운드 디자인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솔직히 피아노 전문 라이브러리에 이정도까지 이펙터에 힘을 준 제품은 이번 처음 경험해 보는 것 같다.
데모
이 제품을 받고 나서, 어떤 식으로 리뷰하는게 가장 좋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제품의 기능과 같은 측면은 다른 리뷰글이나 영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테니, 나는 각 라이브러리의 소리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방식을 보여주는게 어떨까 싶었다. 그렇기에 각 장르별로 스타일을 비교하기 쉬운 악곡들을 선정해 데모 영상을 제작해보았다.
연주되는 악곡들은 아래와 같으며, 풀송이 아닌 하이라이트 부분만 짧게 쳐보았다. (그래도 영상 길이가 40분이나 나와버려서, 영상을 만들고 내보내는데 고생 좀 했다..)
모든 음원은 Natural 프리셋에 Close 마이크 세팅내장 이펙터 없음, SPACE는 Piano Booth를 -14db의 볼륨으로 설정해두었다.
1. 클래식 - Fantaisie-Impromptu (쇼팽 - 즉흥환상곡)
2. 클래식 - Clair de Lune (드뷔시 - 달빛)
3. 재즈 - Someday my prince will come
4. 재즈 - Spain
5. 팝 - EVERMORE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걸즈)
5.1. 팝 - EVERMORE PF Only
6. 팝 - ばかみたい (용과 같이)
6.1. 팝 - ばかみたい PF Only
먼저, 각각의 소리들을 듣고 받은 인상이 어떤지 이야기 해보겠다.
Yamaha의 피아노를 모델로한 Concert Grand YF3나 Royal Upright Y5는, 제법 고음역대가 쨍쨍한 Yamaha 다운 소리를 들려주었다. 이 중에서 특히 YF3는, 어떤 장르나 스타일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냄과 동시에 안정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 같다.
Steinway & Sons의 제품을 모델한 라이브러리중 NY Grand S274은 소위 Warm하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중음역이 아름다운 소리였다. 반대로 같은 Steinway & Sons인 Hamburg Grand S274는 상대적으로 평면적이고 안정적인 느낌이라, 독주보단 반주에 어울리는 음색이라 생각했다. 같은 회사인데도 제법 차이가 나는게 재미있었다.
Bösendorfer의 제품을 모델로 한 Black Diamond B280와 Black Pearl B200는 중음역에서 아주 예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잔잔한 느낌의 독주를 연주할 때 그 진가를 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주용도로 쓰기엔 EQ를 많이 만져줘야 할 것 같은 느낌.
Fazioli의 제품을 모델로한 Gran Concerto 278는, Yamaha 제품과 비슷한 특성을 들려줬지만 조금 더 로우가 빠져있고 상대적으로 평면적인 인상을 주었다.
Koch & Korselt의 Liberty Upright Fine-tuned과 Relic도 훌륭했다. Fine-tuned은 Y5보다 귀에 잘 꽂히는 어택감과 밸런스가 마음에 들었는데, 본 제품의 두 업라이트 중 가장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Relic은 그 절묘한 튜닝감이 참 중독성 있었다. 이 디튠감을 잘 살려 홍키통크나 부기우기를 연주하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보너스와 같은 음원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매우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라이브러리여서 감동했다.
물론 위의 음원 모두 훌륭한 다이나믹 레인지를 가지고 있기에, 한 라이브러리 안에서도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 세세함이 나의 연주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느낌이라, 앞으로 건반 연습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기도 했다.
이번에는 사용하면서 아쉬웠던 부분들.
우선, 소리 자체의 ADSR은 컨트롤을 하지 못하는게 아쉬웠다. 필자가 이전까지 자주 쓰던 피아노 라이브러리는 릴리즈가 긴 편에 속했었는데, Pianoverse는 별도의 컨트롤이 불가능하니 내가 직접 이 사운드에 적응하는 수 밖엔 없을 것 같다.
이는 릴리즈 값을 0으로 맞추는 릴리즈 컷 피아노나, 어택을 길게 잡아 패드처럼 쓰는 등의 활용도 불가능하단 이야기이다. 가뜩이나 훌륭한 퀄리티의 스페이스와 이펙터들을 넣어줬는데, 소리의 ADSR도 건드릴 수 있다면 보다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또, 2개의 마이크 세팅 중 하나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타 피아노 라이브러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두 마이크 모두 사용해 소리를 조합하는 방식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다만, 안그래도 묵직한 플러그인이 2배로 무거워질 것 같다는게 무섭긴 하다. 그래도 있는데 안쓰는 것과 아예 없는 것은 별개의 문제.
마지막으로 느낀 아쉬운 점은 용량이 너무 크다는 점. 끝내주는 소리와 디테일은 고맙지만, 8개 합계 287GB는 심하다는 느낌이였다. 만약 1TB의 저장장치가 있다면 그 중 약 30%는 이놈이 먹는다는 건데, 오케스트라나 드럼과 같은 놈도 아니고 피아노가 이렇게까지 잡아먹는건 좀 굉장하다고 느껴진다. 그렇기에 아마 공간이 부족해지면 잘 쓰지 않는 라이브러리들은 지워두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만큼 소리를 불러왔을때의 RAM도 많이 먹다는 점도 슬픈 부분. RAM을 32GB 사용하는 필자의 PC스펙에선 최대 6개까지 불러오는 것이 한계였다. (컴퓨터 바꾸고싶다...) 그래도 어지간하면 어쿠스틱 피아노는 곡 당 1개만 넣는 경우가 많고, M.2 SSD 기준으로 나쁘지 않은 로딩속도를 보여주었기에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큰 문제 없이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번외 : IK Multimedia Product Manager
여타 플러그인 회사들과 같이 제작사인 IK Multimedia도 'IK Multimedia Product Manager' 라는 자체적인 인증/다운로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데, 이 놈이 문제가 좀 많다.
우선 고용량의 라이브러리를 받기에는 다운로드 속도가 많이 널뛰기 한다. 실제로 리뷰를 위해 다운로드를 시작했을때 처음에는 초당 7MB/s 정도로 (이것도 좀 느리지만) 평범하게 나와줬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속도가 떨어져 결국 다운로드 자체가 멈춰버리는 현상이 있었다. 나만 해당하는 문제인가 싶어 Pianoverse를 사용하는 주변인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같은 현상을 겪었다고...
해당 다운로드를 취소하고 다시 이어받기를 하면 돌아오긴 하지만, 멈출 때 마다 이 짓을 반복하는게 정말 귀찮았다.
보통 큰 용량의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때, 한번에 싹 다 다운로드 눌러두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을텐데, 이 프로그램은 위와 같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체크 해줘야 한다.
그리고 Product Manager 프로그램 자체도 많이 불안정하다고 느꼈는데, 시리얼을 받고 인증할려고 들어가보니 무한 업데이트 버그에 걸려버렸었다.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싶어 IK 공식 포럼에 들어가봤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였다. 포럼은 아비규환 그 자체. '아 이거 수정 될 때 까진 뭐 못하겠구나' 싶어서 약 6시간 정도 후에 재시도를 하였고, 다행스럽게 정상적으로 업데이트가 되었다.
그래도 이런 타이밍에 이런 상황을 겪은 게 썩 좋은 기분은 아니였다. 플러그인 본체만이 사용자 경험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니깐 말이다. 앞으로는 코딩좀 제대로 해줬으면 한다.
총평
꽤나 무겁지만, 그만큼의 소리로 보답해주는 사운드 퀄리티. 아무 이펙터도 거치지 않은 생소리가 이렇게 까지 예쁠 수 있나 싶었다.
가격은 Pianoverse MAX 기준으로 정가가 $299,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가는 $99(세전).
정가는 납득은 할 수 있지만 살짝 비싼 감이 있고, 할인가는 피아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집어놔도 괜찮다고 느낀다.
뚜껑의 여닫음 정도나 페달 레조넌스 등 만질 수 있는 파라미터는 어느정도 있는 편이지만, 샘플 기반의 라이브러리라 비교적 간단하다고 느낀다. 이펙터들도 간단히 다룰 수 있을 정도라 사용 난이도 자체는 많이 쉬운 편이라 생각한다.
다만 데모에서 적은 것과 같이 소리의 ADSR이나 마이크 믹스의 자유도가 추가되었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라이브러리별 약 25개 정도의 프리셋들은 평범한 것부터 신기한 것 들까지 제법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가진다.
카테고리 브라우징이 조금 더 쓰기 편했다면 대만족 하지 않았을까. 지금도 충분하긴 하지만.
결론을 이야기 해보자면, 평소에 피아노에 관심이 많았거나 지금 쓰는 피아노 음원에 슬슬 물리기 시작했다면 구매를 고려해봐도 좋을 것 같다. 할인가 $99에 퀄리티 좋은 8개 라이브러리는 충분히 구미를 당기게 한다.
다만, IK Multimedia Product Manager로 그 방대한 용량의 라이브러리를 설치하는데 많은 피로를 겪게 된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 다행히도 리뷰를 위해 Pianoverse를 사용하는 도중에는 심각한 버그를 보진 못했다. '아직은' 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치며
한동안 메인으로 쓸 피아노 사운드는 이 친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 구식 컴퓨터가 허락만 해준다면.
필자는 출시된 시점부터 YF3의 톤이 정말로 마음에 들어했었기에, 이 친구를 메인으로 쓰고 가끔 필요할때 다른 소리를 꺼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라이브러리는 Soft나 Sostenuto 페달도 지원하는데, 가지고 있는 페달이 평범한 서스테인 페달 뿐이라 리뷰에 포함시키지 못한게 아쉬운 부분.
이번에도 Plugin Boutique에서 플러그인을 지원받은 만큼, 해당 사이트에서 구매 가능한 링크를 걸어두도록 하겠다.
$99에 구매할 수 있는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은 12/2까지 진행한다고 하니 참고 바란다.
IK Multimedia - Pianoverse MAX (Plugin Boutique)
참고로 IK Multimedia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본 제품은 라이센스 영구 소장 이외에도 월/연 구독 플랜이 존재한다.
월 구독의 가격이 €14.9 이기에, 관심은 있는데 어떤 느낌인지 먼저 알아보고 싶은 분들은 해당 플랜으로 찍먹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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